간신 (2015)

The Treacherous 
7.6
감독
민규동
출연
주지훈, 김강우, 천호진, 임지연, 이유영
정보
시대극, 드라마 | 한국 | 131 분 | 2015-05-21
글쓴이 평점  

 

올 여름에 신작이 나올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 공개된 <여고괴담> 시리즈의 전편을 볼 때 역시 완성도 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은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메멘토 모리>다. 비록 호러물로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하더라도 탄탄한 드라마의 힘으로 수작을 만들어낸 두 명의 신인 감독은 (배우자 덕분에 더욱 유명세를 타긴 했지만) 후에 <가족의 탄생>과 <만추> 등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김태용과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민규동이다. 그러니 아무리 <간신>이 노출 사극으로 마케팅을 펼치더라도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수위 높은 노출로 말해야 할 것이 있었으리라. 비록 결과물이 그리 신통치는 않았지만 김대승의 <후궁: 제왕의 첩>과 같이 에로스와 동떨어진 노출이라는 것도 연출의 힘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간신>은 131분이라는 장대한 러닝타임을 내내 우왕좌왕하다 끝을 맺는다. 일전에 <차이나타운>에 대해서 최근 성공한 한국 누아르의 장점을 모두 취합하고자 시도한 영화라고 평한 적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간신>은 성공과 실패에 무관하게 최근 픽션 사극이 가진 특징을 그러모은 꼴이 되고 말았다. 왕이 개입된 삼각관계를 차용한 점에 대해서는 <음란서생>이나 <쌍화점>에서도 등장하는 전형적인 플롯이니 차치하더라도, 에로스를 광기의 이미지로 형상화한다는 점에서는 앞에 언급한 대로 <후궁>을 닮았고, 여성 캐릭터는 <순수의 시대>를 연상케 하며, 엔딩의 느낌은 <광해: 왕이 된 남자>와도 유사하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간신>은 목적지가 없는 영화다. 영화는 제어할 수 없는 광기에 사로잡힌 왕의 내면에도 관심이 있고, 한 사람의 총애와 만인의 증오를 한 몸에 받는 간신 임숭재의 처세를 그려내는 데도 관심이 있다. 원수를 갚기 위해 인생을 송두리째 내던진 여인의 복수를 그려내는가 하면 이루어질 수 없는 처지에 놓인 한 사내의 외사랑에도 기웃거린다. 그리고 이 모든 소재들을 어느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손을 대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에 대해 관심에 지나지 않는 피상적인 접근으로 일관한다. 주지훈과 김강우의 열연이 무색하게도 영화는 임숭재와 이융에 대해 기존의 해석을 답습하거나 엉성하게 묘사하는 정도에 그치고 만다. 2대에 걸친 간신 부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좀 더 치밀하게 설계될 수 있었던 임사홍은 아들의 로맨스에 희생되고 말았으며, 정화는 <인간중독>이 임지연을 신비주의라는 이름 하에 오브제에 가깝게 방치했던 것 이상으로, 연출자의 편의에 의해 움직이는 장기말에 지나지 않는다. 캐릭터는 매력이 없는데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조차 결정하지 못한 영화가 그나마 내세울 것이라고는 (비록 알맹이가 부실해졌지만) 여전히 뛰어난 미장센과 두 주연의 광기 어린 연기.

Posted by 종이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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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2015)

Coin Locker Girl 
6.9
감독
한준희
출연
김혜수, 김고은, 엄태구, 박보검, 고경표
정보
| 한국 | 110 분 | 2015-04-29
글쓴이 평점  

 

누아르와 여성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놓고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건 역시 팜 파탈(Femme Fatale)이다. 그러나 팜 파탈의 역할이 비록 기존 영화에서의 여성이 가진 보조적 역할에서 벗어나 서사의 판을 크게 흔들 수 있는 위치에까지 이르렀지만, 여전히 팜 파탈이 화자가 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십여 년 전에 개봉한 <피도 눈물도 없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만희의 딸인 이혜영(그녀는 이 영화 이후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통해 성공적인 복귀 코스를 밟게 된다)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하게 되었던 류승완의 그 영화 말이다. 영화는 한국 최초의 여성 누아르를 표방했고 확실히 그런 영화는 충무로에서는 물론이고 헐리우드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었지만, 막상 영화는 누아르 테이스트를 입은 한국판 <델마와 루이스>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이후 처음으로, 여성과 누아르를 잇고자 하는 영화가 바로 <차이나타운>이다.

 

제목이 그런만큼 영화는 인천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한다. 다만 알아두어야 할 것은 영화는 차이나타운에 실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엄마는 차이나타운의 대모와도 같은 존재지만 치도와 같이 독립한 다른 조직도 이 곳에 존재한다. 하물며 엄마는 중국인들의 밀입국을 주선하는 한편 일영과 같은 어린아이들을 앵벌이에 이용하기도 하고 사채업도 주요 사업인 것 같지만 영화는 그것들이 어떤 구조에서 이루어지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다. 결국 영화가 차이나타운이라는 배경에 요구하는 것은 그 이름이 주는 잔혹하고 비정한 이미지, 즉 정글의 동의어에 다름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혹은 홍콩 누아르의 명성의 그림자만이라도 누려보려는 다소 치사한 시도였을지도. 어느 쪽이 되었든 차이나타운이라는 강렬하고 이국적이면서 여태껏 소모되지 않은 배경을 이처럼 피상적으로 흡수한 것은 결점 이상의 핸디캡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관객을 현혹시키는 배경적 요소를 제하고 나면 영화에 남는 것은, 레퍼런스를 언급하는 자체가 무의미한 부친(이 경우는 모친이겠지만) 살해 모티프다. 그런데 실은 그뿐이 아니다. 언더독의 시점에서 전개된다는 점에서 <달콤한 인생>, 주인공과 최종보스가 유사 부자(모녀)관계, 나아가 유사 가족관계 내부에 있다는 점에서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권력의 승계가 대물림된다는 점(이 점은 비단 일영과 엄마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치도의 이야기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에서 <비열한 거리>와 같이 영화는 최근 10년 동안 성공을 거둔 한국 누아르의 서사적 코드를 교묘히 흡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영화는 부자가 아닌 모녀관계에서만 낳을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인 모성애로 차별화를 꾀하고는 있으나, 안타깝게도 인물 자체가 흐릿하기에 그 시도가 생각만큼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김혜수의 연기는 <타짜>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변화 내지 성장한 것이 맞다. 다만 문제는 이전에 그녀가 연기한 모든 인물이 <신라의 달밤>과 드라마 <짝>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처럼 최근 그녀의 연기 역시 정마담의 색채를 채 지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분홍신>과 같이 그 두 시기 사이의 과도기적 연기와도 같은 변화가 좀 더 필요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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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종이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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